
*스포주의
1. 왜 이 만화는 하루의 이야기인가?
2. 미사키와 하루 – 관계의 역학
3. 하루라는 인물의 내면과 배경
4. 현실과 픽션의 차이, 그리고 경계
5. 결론: 우리가 이 만화에서 놓치면 안 되는 것
이 책은 1~3권으로 구성된다.
1권 : 미사키와 하루가 폭력으로 만나 서로 연인이 되어 가는 과정
2권 : 두 사람이 취업이라는 20대 가장 큰 장벽을 마주하며 어떻게 변해가는지
3권 : 두 사람의 알콩달콩 러브스토리
이 책을 난 이렇게 본다.
이 만화는 순정만화를 빙자한 소년 성장물을 띈다.
그렇다면 누가 이 만화의 주인공일까? 저 화면 속 맞고 있는 미사키일까? 아니면 그를 때리는 ‘하루’일까?
난 이 만화의 진짜 주인공을 ‘하루’라고 생각한다.
1. 왜 이 만화는 하루의 이야기인가?
미사키 입장에서 이 만화 줄거리를 보자면 난 어쩌면 매우 단순할지 모른다고 여긴다.
왜냐면 이 이야기는 미사키 입장으로 보면 ‘우연히 자기가 길거리에서 타인에게 맞았는데 이 통증에 쾌감을 느끼고 더 나아가 자신을 때린 상대와 사랑에 빠져 알콩달콩 하게 잘 산다.’라고 난 보기 때문이다.
만화를 보면 미사키가 하루가 휘두르는 폭력에 어떻게 반응하고 받아들이고 싶은지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하는 장면은 나오는데 각 1,2,3권의 핵심 주제를 미사키 입장에서 잘 서술하지 않은 것 같기 때문이다.
오히려 미사키가 관찰자 시점으로 ‘하루’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하루’는 가족이랑 사이가 좋지 않고 툭하면 중학교 때부터 사람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집안에서 골칫덩어리처럼 묘사된다. 그런데 원인은 안 나온다. 작가분은 ‘하루’의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서술하기 보다 ‘미사키’라는 인물이 그를 관찰함으로써 그가 어떤 사람인지 독자에게 간접적으로 보여주고자 하셨던 것 같다.
제3자 입장의 앵글이 나오긴 하나 작가분은 ‘하루’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자세히 묘사하지 않는다. 그저 가족과 타인과 계속해서 대립하고 이를 폭력으로 해결하려는 장면이 나올 뿐이다.
‘하루’는 미사키를 만나며 자신을 좋아하는 상대를 아끼고자 폭력을 최대한 휘두르지 않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또한 의지할 상대가 생긴 ‘하루’는 어느 순간 남과 소통하는 법과 더 나아가 자기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만화에서 누가 가장 많이 성장했는가라고 보면 난 주저 없이 ‘하루’를 선택하고 싶다.
이제 각 캐릭터를 분석하고자 한다.
2. 미사키와 하루 – 관계의 역학
미사키 : 남성으로 ‘하루’와 3살 차이가 나며 맞는 거에 흥분하는 마조히스트이다. 하지만 bdsm에서 섭은 아니다.
일반적이라면 거부할 상황을 그는 희한하게도 받아들이고 수용한다. 그가 맞는 거에 흥분한다는 사실을 ‘하루’에게 맞고 깨닫게 되는 것을 보아 그는 그전에는 맞아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즉 가정, 친구, 학교 등 폭력을 본 적은 있을지 언정 폭력과도 같은 부정적인 트러블을 그다지 겪어본 적이 없는 것으로 추정한다.
하루 : 여자에게도 손찌검을 한 적이 있으며 폭력을 잘 휘두르고 이에 거침이 없다. 그러나 자신과 결투한 다음 자신(하루)을 이긴 엑스트라 A (쏴리 이름 기억 안 난다…) 와는 친해졌다. 폭력을 휘두르는 것과 별개로 두뇌는 매우 뛰어나며 성적도 좋고 심지어 일본인이라면 누구나 다 명문대라고 생각할 만한 대학에 다니는 것으로 추정한다. 심지어 나중에 추가 합격으로 유명 대기업에도 입사한다. ‘하루’는 등 뒤에서 미사키가 아이스크림을 볼에 찌르며 건네자 무척 화를 낸다. 그리고 미사키가 머리를 쓰다듬거나 자신의 얼굴에 손을 대는 것을 싫어했으나 어째서인지 나중에 그가 자신의 머리나 얼굴에 손을 대는 것을 거부하지 않고 오히려 좋아한다.
아마 이 작품을 보신 분들은 다 짐작했을 테고 나 또한 이렇게 짐작한다.
3. 하루라는 인물의 내면과 배경
‘하루’가 집안에서 도대체 어떤 가정 폭력을 경험했기에 그렇지?
그래서 상상해 봤다.
- 하루의 공부 습관 → 가족의 영향
- 폭력을 배운 방식 → 살아남기 위한 전략
- 하루는 왜 머리, 얼굴을 타인이 의도 없이 건드렸는데도 싫어할까?
- 하루의 공부 습관 → 가족의 영향
‘하루’라는 인물은 폭력과 별개로 희한하게도 중학교 때부터 성적이 좋았다는 이야기를 보아하니 꾸준히 공부를 손에 놓지 않은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어째서 ‘하루’는 공부를 손에서 놓지 않았을까?
-나는 집안의 영향으로 본다. 집안에서 아마도 꾸준히 이렇게 말한 것 같다.
“공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돈이 없으면 저렇게 한심하게 인생 산다. 너도 저렇게 살 거냐 등”
이런 식의 말을 듣지 않았나 추정한다.
- 폭력을 배운 방식 → 살아남기 위한 전략
또한 가정폭력을 당한 아이들의 특징이 ‘하루’에게 보인다.
가정폭력을 당하면 보통 그 아픔 때문에 타인에게 손찌검을 안 할 것 같다. 하지만 의외로 방치되거나 자신의 행동권에 권력을 쥔 타인이 시키는 대로 그렇게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던 아이가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의외로 폭력을 휘두르기도 한다. 그 아이 입장에서 보면 자신이 살아남고 자신을 보호하고자 한 행동에 불과했겠지만 결국 타인 입장에서 보면 위협적이고 불쾌할 뿐이다. 그리고 자기랑 솔직히 무슨 상관인가
‘하루’가 먹을 거에 그렇게 집착하지 않는 것을 보면 우선 먹을 것 가지고 협박하지는 않은 듯하다.
‘하루’는 성인이 되어 약 1년 뒤 가정과 독립했지만 여전히 돈에는 엄격하다. 이 정도로 스트레스받고 나를 억압하는 듯한 사회를 거부하고 싶었으면 파친코를 가거나 아르바이트하며 대충 빈둥빈둥 놀면서 자신의 자아를 표출할 만도 하다. 그런데 ‘하루’는 의외로 ‘돈’과 관련한 부분인 취업, 월세 같은 데에서 오히려 그 누구보다 성실히 임한다. 이를 보면서 어렸을 때부터 돈 연결되는 학업 성적이나 취업 같은 이야기를 가족 중 누군가가 꾸준히 한 것으로 본다.
- 하루는 왜 머리, 얼굴을 타인이 의도 없이 건드렸는데도 싫어할까?
또한 아버지가 ‘하루’를 심리적으로 압박할 때 머리를 자주 건드렸나 생각했다.
‘이렇게 해가지고 언제 성공하겠어?’ 같은 식으로 머리를 툭툭 내리치거나 관자놀이 같은 부분을 검지로 쿡쿡 찍어내리는 등 이런 식으로 사람 기분 나쁘게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리고 어머니가 계신지 안 계신지 돌아가신 건지 이혼한 건지 헷갈린다. ‘자기 성격이나 처지를 동정받는 게 싫은 건 알겠지만~’라는 대사를 엑스트라 A가 한 걸로 보아 어머니가 돌아가셨나? 싶었다.
또한 가정폭력을 당한 아이들이 뒤에서 누가 사람을 툭툭 치면서 가볍게 그저 아무 이유 없이 친근하게 부르는 행동에도 예민하게 받아들인다고 한다. 자신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 같아 이런 식으로 행동하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을 예전에 한 가정폭력 에세이 소설에서 읽었었다.
이처럼 ‘하루’는 “놀이공원에서 방치된 적이 있었거든” 과 같이 맡겨졌다거나 잠시 여기서 놀아야만 했거든 이 아닌 ‘방치’라고 명확하게 표현한다.
이는 진위 여부를 떠나 자식이 이렇게 느낄 정도로 뭔가 가족과 공감할 만한 형성 대가 없었던 것으로 추정한다.
다시 돌아와서 이 이야기는 하루에게 어떤 의미일까?
하루의 입장 : 자신이 폭력을 휘둘렀음에도 자신에게서 도망치지 않고 언제나 진심을 부딪치는 이 마조히스트와 사랑에 빠지며 인간적으로 성장한다.
4. 현실과 픽션의 차이, 그리고 경계
여기서 이 둘의 이야기가 성립되는 조건이 크게 세 가지가 있다. 난 ‘하루’가 미사키를 만나지 않았다면 아마 계속 대기업 직장에 다니고 계속해서 고통 속에 살다가 순수하고 깨끗한 느낌의 여자를 만나 결혼하면서 애를 낳고 이로 인해 가정을 책임지고자 자신이 답답하다고 느낀 그 삶을 가부장적 마인드로 계속 관철하며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도 거기에 벗어나지 못했을 것 같다.
자 성립되는 조건을 살펴보자.
- 남성
- 폭력에 쾌감을 느끼는 마조히스트
- 미사키 성격
이 세 가지 조건이 없었다면 이 이야기는 진행되지 않았다고 본다.
우선 1번 미사키가 남자라서 정말 다행이다. 여자가 감내하기엔 끔찍하다. 이 이야기에서 객관적으로 보자면 미사키는 성폭력, 일반 폭력의 피해자이고 ‘하루’는 폭력 행사자이자 강간범이다. 그러나 ‘미사키’가 남자이고 2번째 마조히스트라 이 행위가 잘못됐다는 걸 알면서도 깊게 쾌락을 느끼기 때문에 ‘하루’가 감옥 가는 그 지경이 안된 거다.
나는 도대체 여자애가 무슨 말을 했길래 ‘하루’가 그에게 폭력을 휘두른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아닌 건 아닌 거다. 남성과 여성은 분명한 힘 차이가 있고 나는 남성이 여성에게 폭력 행사하는 것을 여성이 어린아이에게 폭력 행사하는 것과 같이 보고 있다. 아무리 여자가 마조히스트라 하더라도 일반 여자가 이 폭력을 감내하기란 이건 아니다… 물론 남자도 마찬가지이고..
3번째 미사키 성격이다. 난 이 작품에서 가장 연기하기 어려운 캐릭터를 뽑아보라고 한다면 당연 미사키다. 만화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아무리 쾌감이 좋다고 한들 정신머리 제대로 박힌 사람이라면 ‘하루’를 강간범으로 신고하는 게 맞다. 그런데 미사키는 그런 ‘하루’를 받아준다. ‘하루’의 예민하고 폭력적인 성향에 움찔거리기는 하나 그래도 제대로 맞부딪친다. 그리고 자신이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부분을 인정하며 ‘하루’에게 ‘자기만 때리라는 등’ 하루와 제대로 한 판 싸우기도 하고 그가 자신에게 폭력을 휘둘러서 쾌감을 주는 사람이라는 인식 외에 그를 정말로 좋아하고 아끼며 다정히 챙긴다. 아마 이 점에 ‘하루’가 반하지 않았나.
만약 당신이 ‘하루’와 비슷한 남자나 여자라면 ‘미사키’같은 상대가 찰떡궁합 일 수 있다. 난 실제로 있다고 본다.
현실이 상상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현실이 아니라 픽션이다.
이 말 뜻은 무엇일까? 나는 현실 속에서 미사키 같은 인물은 존재하지 않는다를 얘기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현실과 달리 픽션은 결말이 있다. 어떻게 될지 우리는 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만화 속 미사키처럼 ‘하루’ 같은 당신을 받아줄 수는 있겠지만 만화와 달리 현실 속 미사키가 당신과 사랑에 빠져 쭉 백년가약할지 아니면 마지막에 복수로 당신을 강간범으로 넘길지 그건 아무도 알 수 없다.
폭력은 절대 미화할 수 없다. 그러나 이게 픽션이고 또한 사랑의 형태를 띠고 있다면 그 본질은 희석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가정폭력으로 힘든 건 힘든 거고 강간은 강간이고 폭력은 폭력이고
내로남불하지말라는 의미다.
둘 다 정신 차려라.
5. 결론: 우리가 이 만화에서 놓치면 안 되는 것
우리는 여기서 폭력을 벗어나 한 인간에게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야 하지 않나 싶다.
툭하면 싸움에 무슨 생각 하는지 모르겠고 문제를 일으키는 그 반항아도 계기만 있다면 달라질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라는 것을 이 두 사람의 이야기로 보여준 것 같다.
나쁜 점도 좋은 점도 내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며 진심을 부딪혀 오는 상대. 그런 상대가 있다면 우리는 나 자신을 점점 괴롭더라도 슬프더라도 마주할 수 있을 것 같다.
미사키는 폭력에 움찔거리고 눈치도 보지만 할 말은 한다. ‘하루’의 안 좋은 점을 꼭 집어 얘기하기도 그에게 화내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하루’를 ‘툭하면 폭력을 휘두르는 애, 사회의 낙오자, 반항아’ 이렇게 하나로 정의 내리지 않고 그저 ‘하루’를 ‘하루’라고 본다.
좋은 점도 나쁜 점도 다 우리 자신의 모습인 거다.
우리는 아마 ‘미사키’ 같은 상대를 만나고 또 그런 미사키를 만나 ‘하루’ 또한 그를 받아들였듯이 우리도 그래야 하지 않을까.